오늘은 칠월 칠석.
견우와 직녀가 오작교 위에서 만나는 날이다.
최근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었다.
생각이 많아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아침에는 숨이 턱턱 막혔다.
어떠한 사건 이후에 그렇게 됐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.
입사 후 몇 개월 동안 일과 (개발)공부만 하고 별 다른 취미, 그러니까 배출구가 없던 탓임이 분명했다.
사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게임을 시작해뒀지만 (마비노기 잼땅)
주말 내내 마비노기를 해도 딱 그 순간에만 잠시 잊을 수 있을 뿐
잠들어야하는 밤과 눈을 떠야하는 아침이 오면 여전히 괴로웠다.
현대인들이 쇼츠와 릴스에 빠져있는 건 사실 그게 정말 필요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.
생전 보지 않던 쇼츠와 릴스도 보았다. 보다보면 머리가 좀 비워지는 느낌이었다. 뇌가 도파민을 원하고 있었다. 도파민..도파민..
담배를 다시 피우긴 싫었다.
어쩌다 남자친구와 러닝을 하게 됐다.
계기는 별 거 없고..요즘 남친이 러닝에 빠져서 집 근처 운동장을 자주 돌길래
주말에 한 번 같이 뛰면 만나서 많이 먹는 죄책감을 줄이기 좋을 것 같아 같이 뛰어보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.
결론부터 말하면 엄청 좋았다. 다음에도 또 뛰고 싶다.
요즘 일할 때 성취감이 없고 내가 하는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고 좀 지쳐있었는데
숨이 차고 심장이 아프고 죽을 것 같은데 이걸 이겨내고 저 골대까지는 뛰어보자...! 하고
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게 내게 정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.
뛸 때의 풍경과 공기 냄새 빛
심장이 엄청 아팠고 다리도 아픈데 바람이 뺨을 스치고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고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
사람이 죽기 직전에 도파민인가 뭔가 하튼 호르몬이 엄청 나와서 아픔을 잊게 해준다더니...
30분 밖에..계속 뛴 것도 아니고 걷다 뛰다 하고 그랬는데...
이게 바로 운동 부족의 말로인 것이다.
러닝 후엔 맛있는 등촌칼국수를 ^ㅅ^/)
하여튼 러닝을 계기로 뭔가 기분이 정말 정말 많이 나아졌고
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 자리에서 나의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.
그래서 다시 의욕을 내서 일하게 되었고
최근에 AWS 요금 파악으로 테스트 서버를 지켜냈다. 이번엔 CDN 도 도입하자고 건의할 것이다..(이건 나중에 새 글로 올릴 것임)
이번에 슈퍼 개발자님을 또 만났다.
멋진 만남엔 멋진 음식이 빠질 수 없다.
슈퍼 개발자님이 사주신 멋진 숙성회
그런데 먹고 배고파서 집가서 또 뭐 먹음..ㅋㅋ
회사 얘기나 기술적인 얘기 등을 하다가
러닝 얘기도 하고 책 얘기도 하다가
(사실 요즘 러닝 말고 취미로 책도 읽고 있다. 스트레스 분출구 두 개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..)
갑자기 까뮈...철학..뭐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.
나는 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예~전에 알베르 까뮈가 쓴 이방인이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
알베르 까뮈가 실존주의를 주장하는 철학자인지는 대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.
(난 정말 책만 읽어봤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. 실존주의가 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음.)
어쨌든 까뮈가 이방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사람들은 저마다에게 전부 이방인이고 모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단 거라고 하셨다.
친구 중에 정말 지독하게 자신을 이해받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다.
사랑하고 받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감정과 아픔 살아온 삶 등을 전부 이해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.
그 친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실 그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.
누구도 내 아픔과 슬픔과 바닥을 이해할 필요도 없고 이해할 수 없다. 내 아픔은 너와는 다른 것이니까.
하지만 내가 슬프다고 했을 때 안아주고 맛있는 걸 먹여주고 내가 잠들 때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?
이해받지 못해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받을 수 있는 것이다.
어쨌든 알베르 까뮈를 좋아하는 슈퍼 개발자님은
이번 만남에서도
짧은 삶에서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셨고
그럼 전 엄청 기쁘네요! 오늘 우리 약속도 만나고 싶어서 나오신 거잖아요! 라고 했고 우린 하이파이브를 했다.
9월이 되기 전에도 시간이 나면 또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이야기하기로 약속했다.
나는 삶에 진심인 사람이 좋다.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진심이려고 하고 솔직하려고 한다.
솔직하고 진심인 사람들이 좋고 내 주변에는 다행히 그런 사람들만 있다.
진심인 사람들은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들이고 아닌 사람들을 밀어내는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.
물론 솔직함과 무례함은 당연히 달라서,
나를 대하는 모두는 진심을 핑계로 결코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는다.
나도 그들에게 그러려고 정말 노력한다.
참 다행이다..
남친이 20대 중반에 살았던 동네에 있던 쌀집 고양이
정말 넘넘 예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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